오늘 소개할 유물은 1950년대부터 경찰관 개인이 소지하고 다니던 경찰관 수첩입니다. 국립경찰박물관에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사용하던 경찰관 수첩 20여점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경찰관 수첩은 경찰관 개인이 소지하던 수첩으로 비상금, 신분증, 메모지 등을 넣어 사용하였습니다. 경찰관수첩은 경찰의 신분을 증명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 중요한 관급품으로 경찰관을 그만두었을 때는 경찰관신분증과 수첩은 반환하였습니다. 1990년대 기사에 의하면 경찰관 수첩을 보여주면서 조사를 하겠다는 사기꾼의 말에 넘어간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아 경찰관 수첩은 1950~90년대까지 존재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립경찰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경찰관 수첩은 표면 디자인에 따라 크게 세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대한민국경찰관수첩(大韓民國警察官手帖)’이라고 한자로 압인되어 있는 형태입니다. 둘째, 초기 경찰 가슴표장 형태틀 안에 ‘국립경찰(國立警察)’이라는 한자 압인이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마지막으로 경찰가슴표장 독수리 문양과 ‘경찰관수첩’ 한글이 압인되어 있는 디자인입니다.

경찰관 수첩 잠금방식 또한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한가지는 벨크로 타입으로 간단하게 붙여서 잠그는 방식, 다른 하나는 얇은 가죽 고리 사이로 화살표 모양을 끼워 넣는 방식입니다.

경찰관 수첩에는 베이지색 갱지 재질의 종이에 비상금이라고 적힌 봉투가 들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상금 봉투는 위급시 사용할 수 있도록 얼마의 현금을 넣고 밀봉을 하였으며 조회시간에 경찰관 수첩과 함께 점검을 받았습니다.

비상금 봉투에는 ‘비상준비금(非常準備金)’이라고 한자로 적혀 있거나 ‘비상금’, ‘비상준비금’이라고 한글로 적혀 있습니다. 비상금 봉투 앞면에는 소속, 이름 등을 기록하게 되어 있으며 비상금을 제대로 넣어 놓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 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경찰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비상금봉투 중 순창경찰서에 근무했던 경장 배요식의 비상금 봉투에는 5천원이 들어 있는 채로 기증이 되어 이 당시 어느 정도의 비상금을 준비하고 다녔는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비상금 봉투는 계급별로 금액이 달랐으며 상사의 도장 봉인을 받아 소지하고 다녔습니다.

경찰관 비상금 봉투와 관련한 신문기사에 의하면 경찰관의 비상금 소지는 1950년대에도 시행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1957년 기사에 의하면 자살기도를 한 가족을 관내 파출소 순경이 발견하고 경찰관 수첩 안에 들었던 비상금 칠백환을 내놓고 쌀도 구해주었다는 훈훈한 기사가 있습니다.

1964년 기사에서도 북아현동산1에 사는 보따리 행상 김석동씨 일가족4명에게 비상금을 털어 백미2말과 현금 2백원을 전해주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경찰관 수첩은 업무에 필요한 메모나 훈시를 적을 수 있도록 내지를 껴서 사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내지에 날짜와 함께 대여라는 말이 적혀 있는 걸로 보아 경찰관 수첩은 관급품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62년 3월 1일 대여한 서울특별시경찰국 경무과 소속 김재동 경위의 경찰관 수첩에는 경찰국장통솔방침(警察局長統率方針), 경찰서별 지서 파출소 수일람표(警察署別支署派出所數一覽表), 중요기관 차량번호일람표(重要機關車輛番號一覽表)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1962~1964년까지의 메모가 있어 사용시기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1964년 6월 18일자 신임 박영수 국장 초임사에는 1. 인권옹호, 과학수사를 위한 감식기능활용 3. 소년경찰업무 강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서부경찰서 순경 신범식이 1980년대 사용했던 경찰관 수첩 내지를 살펴보면 ‘치안본부장 지시·국장복무지침·서장훈시·시경국장’의 메모가 있습니다.

이 중 시경국장 관련 메모를 자세히 보면

①웃으며 일어서서 맞이하고②죄없는 자를 보내주자③서정쇄신의 활성화④정보 활동의 강화⑤모-든 민원은 신속 친절하게 처리

라고 적혀 있어 80년대 경찰조직 내의 중요 비전을 알 수 있습니다.

새경찰의 신조에는

(1) 우리는 새시대(時代)의 사명(使命)을 완수한다. (2) 우리는 깨끗하고 친절(親切)하게 봉사(奉仕)한다. (3) 우리는 공정(公正)과 소신(所信)으로 일한다. (4) 우리는 스스로의 능력(能力)을 계발(啓發)한다.

와 같은 80년대 경찰목표와 신조가 상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국립경찰박물관 소장 경찰관 수첩 중 제일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찰관 수첩을 살펴보겠습니다. ‘대한민국경찰관수첩’이라는 한문이 압인되어 있고 잠금형식의 디자인으로 되어 있습니다. 수첩 안에는 업무를 하면서 모은 1950년대 6·25사변종군기장수여증서(6·25事變從軍記章授與證書), 국립경찰전문학교 재학증명서, 제2국민병수첩(第二國民兵手帖), 명함 등이 들어있습니다. 경찰관 수첩의 주인은 1925년생으로 24세에 국립경찰전문학교 제4기 간부후보생이었으며, 25살인 1950년 7월 10일 마산전투에 참여하였습니다. 수첩에 들어있는 제2국민병수첩은 어떤 병역에도 속하지 않은 만 17세부터 만 40세까지의 남자로 군 복무 경험이 전혀 없는 남자에게 발급되었습니다.

제2국민병수첩은 신분증명서로서의 역할을 했으며 이 수첩을 소지하지 않은 자는 정당한 사유없이 병역법을 위반한 병역기피자로 처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1950년 12월 21일 「국민방위군설치법」이 공포되었고 제2국민병 장정들이 소집되어 전쟁에 소집되게 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1954년에 제2국민병수첩제도가 폐지되고 병적등록증이 발급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경찰관 수첩은 같이 들어있는 유물과 함께 그 당시 시대상을 유추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경찰관의 생애까지 엿볼 수 있는 유물로서 의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