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유물은 내무부치안국 수사지도과(감식)에서 1961년에 4월 1일에 작성한 「경찰관계은어집(警察關係隱語集)」 보고서입니다. 보고서의 우측에 형사경찰자료(제1권)이라고 적힌 것으로 보아 수사시 참고용으로 보던 책자로 보입니다. 총 70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책 구성은 보고서를 낸 경위와 함께 지역별 경찰관계은어를 표로 그려 알아보기 쉽게 써내려갔습니다.

먼저 이 보고서를 살펴보기 전 1960년대의 범죄현황과 특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찰박물관 소장 『1965 경찰범죄추세(警察犯罪趨勢)』책에는 범죄유형별, 연령별, 성별 등 다양한 각도에서 1959~65년까지의 범죄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책을 살펴보면 1959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총범죄수는 63년도에 살짝 하강하다가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연도별총범죄발생검거상황(年度別總犯罪發生檢擧狀況)’과 ‘총범죄의구성비율(總犯罪의 構成比率)’을 보면 1965년에는 967,594건으로 5년전인 1960년에 비해 3배정도 많은 범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의자연령별(被疑者年令別)’ 이라는 표를 보면 20~29세가 제일 많으며 ‘시도별발생 검거상황(市道別發生檢擧狀況)’은 제주, 부산, 서울 순으로 검거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60년대에는 청소년범죄 또한 급증하여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었습니다.

시대상황에 맞추어 경찰교육이나 수사도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1962년 3월에는 각시도지방경찰학교가 부활하였고 1962년 7월에는 수사경찰관 양성을 위하여 수사전문 기관인 형사학교를 경찰전문학교 서울분교에 특설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지속적인 범죄증가와 고도화·지능화되는 범죄증가로 인해 수사 참고 자료로「경찰관계은어집(警察關係隱語集)」도 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장에는 「경찰관계은어집」이 쓰여진 연유에 대해서 적혀있습니다.

‘범죄상습자 및 불량청소년들의 세계에는 일반사회 사람이 모르게 서로 의사를 교환하기 위하여 그 사회 또는 그 클럽에서만 상용하는 독특한 은어가 있다. 이것을 경찰관이 잘 알고있으면 영화관, 오락장, 음식점 등에서 불의중(不意中)에 교환되는 담화중에서 범죄의 단서를 얻을 수 있고 선량한 자녀들의 불량화의 상황을 추지(推知)할수도 있는 것이며 또 범죄의 취조에 있어서도 편리한 경우가 불선(不尠)할 것이다.’

즉, 범죄에 상용된 은어들을 미리 파악하여 범죄 관련 정보를 습득, 수사 및 범죄 예방 등에 활용하고자 은어를 정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은어의 사용지역 및 범죄유형별 사용자로 나누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용지역은 서울 경기, 강원, 충북 등 전국을 10개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찰관을 각 지역에 따라 ‘짜배기, 쎄리, 파리, 검둥이, 짜부’ 등의 은어로 불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정복경찰관, 사복경찰관, 사복경찰간부, 정복경찰간부 등을 부르는 은어도 존재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관파출소(警官派出所)는 서울지역에서는 ‘쌔리청’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정사복경관(正私服警官)은 ‘빈대, 강아지, 사냥꾼, 칼치’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어 하나의 용어에 다양한 은어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절도는 서울에서는 ‘뚜럭이’라고 말하며 경북은 ‘팃꾼’, 전남에서는 ‘무룩재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권총은 서울에서는 ‘삥’, 경기에서는 ‘발톱’이라고 부르는 것을 기록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서울특별시경찰국에서 정리한 경찰관계은어 표를 살펴보면 앞의 표와는 달리 은어를 상단에 배치하고 설명, 사용지구, 사용자별, 비고로 나누어 기록하였습니다. 이 중 재미있는 은어 몇 개를 살펴보면 배고프다(배�樗릿�)는 ‘시다이쏠인다’, 술은 ‘키-스’, 연초는 ‘모-야’로 이 단어만 듣고는 어떤 뜻인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은어도 있습니다.

경기도경찰국의 은어는 서울특별시경찰국 은어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다른점이 있다면 경기도는 은어가 사용지구별로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천에서는 만원을 ‘한띄’, 천원은 ‘새끼한띠’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강원도경찰국은 대부분 춘천에서 사용하는 은어를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원도는 서울·경기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며 숫자를 말하는 은어들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숫자 5는 ‘테무’, 숫자 10은 ‘야린수’, 숫자 5000은 ‘데우센바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 군인은 각각 ‘학피리, 군피리’를 말하는 은어입니다.

경상도는 경상북도와 경상남도로 나누어서 기록하였으며 경상북도는 대구, 군위, 의성, 예천, 경주 등에서 쓰고 있는 약어들을 정리해 놓았으며 경상남도는 부산, 의령을 중심으로 마산, 울산, 진해, 함양 등에서 사용하는 은어도 정리했습니다.

전라남도경찰국 은어를 살펴보면 나는 ‘몽내’라는 은어로 나의 어머니는 ‘몽내연줄푼’, 나의 아버지는 ‘몽내연주청대’ 로 규칙적으로 변화하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맨 마지막 장에 실려있는 제주도경찰국은 전라남도경찰국의 은어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중년부인은 ‘육약고품’, 걸였다는 ‘다구리낫다’ 라는 은어로 제주도에서만 보이는 은어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경찰관계은어집(警察關係隱語集)」은 1960년대 전국적으로 쓰여지던 범죄 관련 은어가 정리되어 있는 보고서로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이 유물을 통해 점점 증가하는 범죄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사하기 위해 지역별 은어까지 정리해서 수사자료로 사용하던 경찰관의 노력을 알 수 있었습니다.